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ADR상장 직후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유튜브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이 바꾼 투자 환경…삼성전자 ADR 논의 다시 부상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국내 반도체 업계의 투자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 발행 가능성을 공식 부인했지만, 경쟁사가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하면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측면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장 미국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I 투자 중심축이 미국으로 이동…투자자 접근성이 경쟁력으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뿐 아니라 자본시장 접근성 역시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금이 미국 증시에 집중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ADR을 주당 149달러에 발행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투자자는 이제 국내 계좌를 거치지 않고도 달러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AI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시장에서 직접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 원주와 런던증권거래소의 GDR(Global Depositary Receipt)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검토 안 한다”…그러나 시장은 가능성 주목
논란은 블룸버그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ADR 상장을 놓고 투자은행들과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즉시 “ADR 발행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식 입장과 별개로, SK하이닉스 상장 이후 달라진 투자 환경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역시 미국 투자자 접근성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장 여부보다 글로벌 자본시장 전략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런던 GDR의 한계…미국 개인투자자는 사실상 접근 어려워
삼성전자가 이미 해외 투자 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ADR 필요성이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의 차이다.
현재 런던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 GDR은 미국 개인투자자가 자유롭게 매수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적격기관투자가(QIB)만 Rule 144A 규정에 따라 거래가 가능하다.
여기에 거래 단위도 높다.
현재 삼성전자 GDR은 원주 25주를 하나의 GDR로 묶는 구조다.
15일 런던증권거래소 종가 기준
보통주 GDR : 4,402달러
우선주 GDR : 3,030달러
수천 달러의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미국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반면 미국 ADR은 거래 단위를 보다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증시가 갖는 의미…AI 기업 가치가 평가되는 무대
시장에서는 미국 증시와 런던 시장의 성격 차이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나스닥100은 지난해 기준 기술 업종 비중이 평균 61%를 차지했다.
또한 알파벳,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기술기업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으며, 기술 업종의 수익률 기여도는 88%에 달했다.
반면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은
금융
에너지
광업
필수소비재
등 전통 산업 비중이 높아 기술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와는 차이가 있다.
즉 AI 산업에 대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미국 시장 상장이 기업의 투자자 저변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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